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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한국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영규

작성일 2019-10-23

세계 속의 한국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영규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미래를 밝힐 대표 디자이너로 소개되는 한국인이 있다.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유영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타임지가 2015년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한 홀로렌즈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이며 디자인 전체를 리딩하며 핵심 기술과 기능에 단순함의 미학을 접목한 그의 디자인 제품을 만나는 건 큰 기쁨을 안겨준다. 성공한 사람에겐 그럴 만한 저력과 실력이 있음을 느끼며 심플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유영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존재는 우선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세상에는 기능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상품이 나와 있고 이런 상품을 제조하고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이너 혹은 제품디자이너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 속에 가려진 인재를 왜 이리 늦게 발견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유영규 디렉터의 현재 명함은 두 가지. 세계적인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클라우드앤코’의 공동 대표이자 수석디자이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몸 담은 지 5년째이니 그가 다닌 직장치고는 꽤 오래됐다. 유영규 디렉터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홀로렌즈 대표 디자이너 중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의 디자인랭귀지를 수립하고, 제품 결과물의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초기 디자인 콘셉트부터 대량생산이 될 때까지 매 단계 디렉팅 및 디자인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아이리버 등 국내 기업을 거쳐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사까지 다른 사람은 평생 한 번 들어가기에도 버거운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치는 중이다. “디자이너로서 자기 발전을 위해 많은 도전을 해왔습니다. 한 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실제로 2004년 근무했던 미국 나이키 본사에서의 생활은 너무 편해서 여기서 은퇴하겠구나 싶은 두려움이 들기도 했고, 모 직장의 경우 3년을 계약했는데 8개월 만에 스스로 접은 곳도 있다) 정해진 목표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곳, 새로운 도전 속으로 나를 던지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연봉을 받더라도 그 일이 가치 있고 배워야 할 것이 있는 회사라면 주저 없이 선택했고, 반대로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다른 직장을 찾아 움직였습니다.”

유영규 디렉터는 이 과정에서 주어진 목표 이상을 실현해 실력을 인정받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현직에서의 포지션에 최선을 다하고 신뢰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 이러한 그의 신념은 회사를 이동할 때 좋은 레퍼런스로 작용해 여러 근무 환경에서 쌓은 다양한 이력이 오히려 좋은 경력들로 인정됐다. 그에게 근무 환경이나 시간, 브랜드 네임 등의 안전장치는 중대한 의사결정 기준이 되지 못했던 것. 이것이 바로 유영규 디렉터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이끄는 네 명의 미래형 디렉터 중 한 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2층 큰 테이블에는 갖가지 디자인 제품이 있어서 마치 작은 디자인숍 같은 공간을 제공한다. 펜을 쥐고 블럭을 만지작거리는 유영규 디렉터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위층에서 바라본 아랫층에는 디자이너 책상이 여럿 자리잡고 있다. 찬찬히 둘러보면 하나의 제품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루 20시간을 즐겁게 일에 매달리는 남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미국 레드먼드에 거주하며 잠깐 한국을 방문한 유영규 디렉터를 인터뷰한 장소는 클라우드앤코의 청담동 사무실(올해 안에 평창동 프린트베이커리 자리로 이전할 계획)에서다. 부인인 전은용 공동대표와는 삼성전자 동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클라우드앤코에서는 주로 두 사람과 디자이너들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브랜드 위주로 일을 선택해 끌고 나간다. 2009년 처음 클라우드앤코 스튜디오를 설립할 즈음, 유영규 디렉터는 스승과도 같은 하라켄야(일본 무인양품의 前 아트디렉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로 해외 기업들의 디자인 컨설팅 사업에서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을 맡아 한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디자이너로서 오너십을 가질 수 있어 최종 결과물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오고, 바로 이런 것들이 모여 클라우드앤코 스튜디오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비효율적이거나 필요 없는 일들을 최소화하고 디자인 최고 결정권자와 협업하며 마무리할 수 있는 일들에 욕심을 냄으로써 기대 이상의 아웃풋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다져온 일들로 클라우드앤코는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를 만들어내는 스튜디오로 자리 잡았고 이곳을 거쳐간 디자이너 대부분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고의 글로벌 기업에서 오퍼를 받거나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영규 디렉터가 대표적으로 꼽는 작품은 뭘까? 다양한 지면과 여러 차례의 전시를 통해 소개된 병 가습기이다. 일상용품이던 가습기는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며 에센셜한 기능 위에 아름다운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단시간에 받았고, 더불어 브랜드 인지도도 구축할 수 있었다.

상업화된 수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의미나 목적 없이 과한 디자인과 상품성을 덧입은 채 세상 밖으로 나온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생텍쥐페리가 ‘완벽함이란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이뤄진다’고 말한 것에 유영규 디렉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디자인이란 ‘최대한 그 사물의 가치를 잘 드러내면서 동시에 절제의 아름다움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에게도 불필요한 요소를 없앰으로써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꼭 필요한 기능은 마지막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화의 과정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디자인적 디테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정교한 마감으로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이 유영규 디렉터가 시차를 무시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물론 스카이프로)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하는 이유일 것이다. 미국 시애틀에서의 하루가 저물면 한국 서울에서의 하루가 또 시작되며, 그런 생활을 매일 이어가고 있다. 유영규 디렉터 역시 상품성과 기술에 집중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을 업무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서 못할 짓이지만, 즐기면서 재미있게 일하기 때문에 몸이 피곤한 것쯤이야 라고 느끼고 작업에 임한다.

 

 

 

 

 

 

스타트업 기업과 일하는 즐거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국내 스타트업 회사와 함께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 와치 프로젝트. 이전 제품과 비교해 크기는 20분의 1, 가격은 10분의 1인 이 제품은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간편한 시계 기능부터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꼭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간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 와치를 개발한 것이다. 이 제품의 경우 20년간 디자인 발전이 없었던 이런 유의 제품을 이번에 유영규 디렉터가 함께하며 제품 출시 전 10만 개의 프리오더를 따냈으니 정말 대단하다. 스타트업이 갖고있는 독보적인 핵심 기술위에 제품 디자인, 전시, 패키지 여기서 더 나아가 브랜드 컨설팅까지 그만의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이러한 프로젝트 작업이야말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통합 관리 프로젝트’로 유영규 디렉터는 이런 작업을 진짜 사랑한다. 기술의 비주얼라이제이션, 기업 가치를 올려주는 힘, 리딩하는 디자인 등 그가 원하는 것들이 쏙쏙 담겨 있어 즐겁게 작업했고, 결과물에도 대만족이란다. 300억 원 이상의 선주문과 함께 해외 ‘칸 광고제’에서 이노베이션, 제품디자인 부문에서 금상을 받고 사회적 공헌을 디자인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또 다른 보상을 받은 셈이다.\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나 미국 『패스트컴퍼니』는 아름다운 단순함을 지닌 회사로 클라우드앤코를 소개했다. 제주대 재학 시절 고 이기후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디자인 철학이 바로 ‘아름다운 단순함’이다. 지키기 쉽지만은 않은, 이 디자인 철학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변함 없는 철학이 그에게 추진력과 목표를 달아주었기에 국내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멋진 상품의 개발과 디자인을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위) 클라우드앤코의 디자인 철학을 알리게 된 병 가습기는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가습기 기능에 충실한 대표 작품이다.

​(가운데)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디바이스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홀로렌즈 글라스

(아래) 스타트업 기업과 손잡고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워치

  

 

 

 

 

전시는 나를 홍보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공동 전시도 꾸준히 열고 있어서 올해엔 핀란드와 일본에서 그의 디자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나’란 사람이 가진 철학과 내가 만든 디자인 제품을 아주 효과적으로 홍보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재팬크리에이티브 전시’는 그 전에 관심이 있었던 일본 디자이너 겸 건축가인 히로무라 마사키(Hiromura Masaaki)의 총괄 프로젝트였고 재퍼 모리슨(Japer Morrison) 등이

참여하는 비영리 캠페인이라 바로 수락했고, 무인양품의 ‘Enjoy( )! Energy’ 캠페인도 하라켄야 기획전시라서 전 세계 투어 전시까지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전시를 함께할 수준이지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첫째 이유는, 이제까지 디자인해온 작업 결과물, 둘째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번의 결과물이 좋더라도 상호 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교류는 일어나지 않는데 제 경우 하라켄야의 추천으로 해외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요. 포트폴리오에 맞는 실력이 검증되고 신뢰가 쌓여서 좀 더 많은 기회가 제게 올 수 있었습니다.”

그의 디자인 작품처럼 그의 말은 명쾌하고 그 속에 진리가 있다.

명쾌한 기능에 아름다움의 진리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유영규 디렉터는 글로벌 업무와 디자인 개발을 하다 보니 해외 출장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데 외국의 수준 높은 공공 디자인물을 접할 때마다 한국과 비교되어 큰 아쉬움을 느끼는 때가 많단다. 공항 안의 스토어 디자인, 지역 상품들을 볼 때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 디자이너의 손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과 함께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꼬리를 문다. 한편으로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설렘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 겹겹이 쌓인 한국의 미, 비움과 여백의 미를 현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다시 끌어내야 할 미적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유영규 디렉터의 ‘아름다운 단순함’의 디자인 철학과도 일맥상통하기에 더욱 자주 빠져드는 생각이다.

 

 

 

유영규 디자이너는 현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재직 중이며, 타임지가 ‘2015년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한 홀로렌즈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이끌 디자이너로 소개됐다. 1997년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미국 나이키(2004년), LG전자(2006년), 아이리버(2007년)의 디자인실을 거치며 2008년 연세대 생활디자인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2010년 클라우드앤코(cloudandco)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독일 IF DESIGN 어워드 금상 3회 수상, 독일 Red Dot 어워드 금상 수상, 영국 D&AD 디자인상, 미국 IDEA 은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무인양품’과 '재팬크리에이티브’가 주관하는 전시에 참여했고, 미국 뉴욕 Cooper Hewitt National Design Museum의 Triennial 전시인전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