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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갤러리를 가볍게 리디자인하다

작성일 2019-10-23

1세대 갤러리를
가볍게 리디자인하다

 

_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

 

 

 

 

 

‘아트와 미술’을 중심으로 부티크 문화 공간을 이루려는 꿈. 신생 미술관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평창동, 부산에 큰 규모의 아트센터를 가지고 있는 가나아트갤러리, 이정용 대표의 꿈이다. 아트나 갤러리 업무와는 다른 일을 해온 이 대표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것 또한 수많은 미술 작품, 문화 행사였기에 화랑 대표 자리가 낯설지만은 않은 터다. 젊은 신세대에게 넘겨진 안정적인 1세대 화랑의 변혁에 조용한 바람이 일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공예품, 서브컬처에도 커다란 관심을 지닌 이정용 대표와 집무실 내부 모습.

갤러리 내부, 외부에서 폭넓은 전시를 기획하며 한 단계 더 획기적이고 역동적인 바람을 1세대 가나아트갤러리로 불러들이고 있다.

 




갤러리로 향하는 고즈넉한 언덕길에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왔습니다. 이전 전시에 걸려 있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작품이 트럭 위에 실리고 사람들이 분주히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평창동의 랜드마크로 인식돼온 가나아트갤러리에 뭔가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나 봅니다. 작품으로 화려한 옷을 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위치한 이정용 대표 집무실로 향합니다. 커다란 업무용 책상보다는 감각적인 소파와 유리 테이블이 먼저 시선을 붙잡습니다. 입구 쪽 벽면에는 이제 막 가져다 놓은 듯한 모양새의 젊은 작가들 작품이 놓여 있네요. 아마도 그 자리는 수많은 작품이 왔다가 또 다음 작품에 자리를 비워주는, 이정용 대표만의 작품 감상 코너처럼 보입니다.








유학생 시절부터

길러진 컬렉터의 안목


요즘 미술관에서는 신나는 공연도 하고 인문학 강연도 펼쳐지고 작가와 동행하는 답사도 이어지지요. 심지어 갤러리 내 레스토랑에서 갖는 맛깔스러운 한 끼 식사에도 감동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갤러리라는 공간 안에서 문화적이며 감성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프로그램이 두루 열리는 시대입니다. 미술관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나아트갤러리의 이정용 대표는 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뉴 페이스임에 분명하지요.

이정용 대표는 사실 신비주의에 가려진 셀레브리티처럼 외부에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이호재 창립자의 장남이라는 정도입니다. 아트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해왔고 일본과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길었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 1세대 갤러리가家의 장남답게 오랜 시간을 두고 익혀온 ‘미술적인 안목’이 있습니다. 개념이 확실한 작품, 사실화보다는 추상미술, 폭넓은 관객층을 가진 대가의 작품, 나아가 삶의 지혜가 담긴 공예품이나 소품까지도 아름답게 바라보는, 두루두루 폭넓은 안목을 키워왔고 소유한 사람입니다.




 



 



​이정용 대표의 취향이 조금씩 드러나는 소품과 전시장 모습들.

현대적이며 세련된 감각의 기호를 만족시켜줄 아티스트 작품들도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는 게 가나아트갤러리의 현주소다.






생활 속 미술관 바람 속에

젊어지고 있는 가나아트갤러리


미술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걸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는 없습니다. 회화, 조형물,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모두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어우러져서 특정 갤러리만의 독보적인 방식으로 생존해야 합니다. 숨 쉬고 표현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통일된 정체성을 내보일 때 대한민국 넘버원 갤러리로서 가나아트갤러리의 존재감도 쭉쭉 뻗어 나아갈 것입니다. 가나아트갤러리에서는 미술사조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획전, 이야기가 있는 기획전, 사회적인 맥락이 살아 숨쉬는 기획전 등 한국 현대미술사를 조망하는 전시를 줄곧 지향해왔습니다. 동시에 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한국 아트 마켓의 양적인 팽창과 문화 트렌드의 글로벌화도 한발 앞서 이끌어왔음은 두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골목골목 동네 갤러리가 우후죽순 들어설 정도로 ‘생활 속 아트’가 유행을 이루는 마당에 30여 년 역사를 지닌 가나아트갤러리의 몸짓과 행보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을 것입니다.

결국 화랑의 색깔은 함께 작업하고 전시하는 작가들로 판가름이 납니다. 이정용 대표는 작가 이력에 얽매이기보다 사람 자체를 믿고 함께한다고 합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끌고 가는 편이랍니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작품성, 독창성은 작품 제작 환경이나 작가 마인드에 따라 물흐르듯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작품보다는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진 작가를 대거 기용할 계획입니다. 그럼으로써 폐쇄적인 인상의 갤러리가 아니라 오픈 마인드와 와이낫(why not)으로 반문하는 실험적인 스타일을 가져갈 계획이라 합니다.


퍼블릭 아트 분야에서는 특히 갤러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화랑의 상업적인 목적은 잠시 뒤로미뤄놓고 일반 대중들이 미술 작품과 친해질 수 있도록 중간 가교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개인 컬렉터는 그림을 보는 취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 분 한 분께 잘 맞춰드리고 권해드리면 되지요. 공공미술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미술 작품이나 아트에 무관심한 일반인들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야 하기에 개인 컬렉터에 비해 더 날을 세우고 여러 차례 되돌아가며 작품 선정에 세심한 피드백 과정을 곁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 가나아트갤러리가 공공미술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오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옛 대우빌딩에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 입혀지는 미디어 캔버스 프로젝트, 스틸 조형물이 함께한 서울스퀘어 전시 외에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우리은행 상암센터에 선보인 미디어 상징 조형물, 송도 국제도시 내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물인 커넬워크, 국제오피스 빌딩, 센트럴파크에도 가나아트갤러리의 안목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설치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에 예술품과 현대 미디어 아트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2016년 4월 30일 호림아트센터 JNB 갤러리에서 열렸던 ‘제6회 헤렌과 함께하는 아름지기 기금 마련 바자회’에 가나아트갤러리도 함께 참여해 큰 몫을 해냈습니다. 가나아트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바자회 행사장 내에 부스를 만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작품을 판매해 후원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습니다. 상업 화랑이지만 비영리적인 참여 의식을 갖고 아름지기와 함께 동반자적인 협조 체제를 이뤄, 갤러리가 작가 지원을 넘어서 문화 후원의 역할까지 그 사회적 소임을 다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 30일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제6회 아름지기 기금 마련 바자회’에

가나아트갤러리가 팝업갤러리로 참여해 문화후원의 동반자로 함께 했다.








순수미술품에서 서브컬처 매거진까지

폭넓은 관심사를 펼치다


점진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가나아트갤러리에서도 순수미술 전시만 열기보다 디자인전에도 문을 열 계획입니다. 서브컬처(Subculture)에 대한 관심도 높아 <엘로퀀스_Eloquence>라는 매거진을 발행해오며 30~40대 초반의 젊은 아트컨슈머와 교감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가나갤러리에서 외부 전시 형태로 기획, 주최한 ‘아트토이컬처 Arttoy Culture 2015’(4월 17~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습니다. 이 전시는 이정용 대표가 생각하는 갤러리의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아트토이 페어 중에서 최대 규모인 아트토이컬처 2015는 예술이 소수 수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놀이를 즐기듯이 맘껏 느끼고 감성을 표현하면 되는 부담 없는 예술 마당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파격적인 전시였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가나아트갤러리는 하나의 부티크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모인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한국 미술, 현대미술, 사실주의, 초현실주의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것들이 모여 사람과 문화를 대변하는 파운데이션 공간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이정용 대표는 솔직합니다. 유명 갤러리 대표로서 있을 법한 상업적인 욕심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작은 것을 크게 포장하는 법도 모릅니다. 그런 사람이 한 번 나서면 더 무서운 법입니다. 전시 예정인 예술가와 조율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서두르지 않고 끄집어내 엮어갑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의 조각들을 이미지화하기란 참 어려운 법. 그것을 스스로가 아닌 고집 세고 개성 강한 작가들을 통해 이뤄낸다는 것이 참 대단하지요.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남자 이정용 대표는 가나아트갤러리의 물리적인 아우라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서울 성북구 평창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가나아트갤러리를 구석구석 돌아보면 고미술과 현대미술,

역사적인 대가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깜짝 놀랄 정도로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이정용 대표는 Manhattan College를 졸업하고, 현재 가나아트갤러리와 스페이스크로프트(Space Croft) 대표로 재직 중이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엘로퀀스(Eloquence)의 Director로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인물, 공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가 오랜 세월 다져온 순수미술을 기반으로 디자인, 건축, 패션, 일러스트, 사진, 출판, 음악, 문화기획 등 동시대 전 세계에 걸친 크리에이티브 컬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







출처 : Arumjigi News Letter Vol.29 SUMMER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