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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가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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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지키고 나누는 것은 곧 행복을 창조하는 일이에요.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
나아가 사회의 행복을 만드는 일이죠.

작성일 2019-12-02




건축학자이자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집공방장,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 그리고 우리 나라의 문화재를 돌보는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봉렬 교수를 만났습니다. 전통 건축이 그저 과거에 머무른 공간이었던 시절, 그는 우리 전통 건축을 면면히 들여다보았고, 건축학 연구에 우리 전통 건축의 우수함을 더하였습니다. 전통적 공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일평생 진행해온 그가 문화재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문화재를 가꾸는 일에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건축 분야 중에서 특별히 한국 건축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겠노라 시작을 하지요.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훌륭한 건축가를 꿈꾸며 설계 공부를 하던 중, 대학원 1학기에 경주에 있는 관가정을 연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전공을 바꾸게 되었어요. 관가정은 제가 처음으로 들여다 본 한옥인데, 전통 건축임에도 현대적 감각을 가진 훌륭한 건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 건축에 대해 공부했던 저로서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당시 한국 건축 연구는 골동품을 감정하 듯 과거의 유산으로 연구를 진행했지, 살아있는 건축으로서 한옥을 연구한 사례가 없었지요. 한국 건축에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한 건축의 본질적인 깨달음이 있습니다. 한국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후,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나서 정말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한국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요?

크건 작건 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모두 연구 가치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익 때문에 공공성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도전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의 프로젝트들이라면 더욱 더 해볼 가치가 있지요.

 

한옥을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기와 지붕을 가진 현대 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건축의 개념과다르지 않지요. 한옥이기 때문에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 라는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과거 한옥은 이랬으니 지금도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주거 생활에 맞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과거 한옥 문에 창호지를 발랐는데, 그 때는 문에 바를 수 있는 최선의 재료가 종이였겠지요. 한옥 연구를 하면서 한옥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데 있어 가장 기여한 것이 유리 창호를 개발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통해 종이 창호가 가지는 단열이나 보안 등의 취약점을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의 적용에 대해 옳다, 그르다 설왕설래 했지만 지금은 보편적으로 유리 창호를 쓰고 있잖아요. 단순한 것 같지만 한옥에서 현대의 입식 생활을 할 수 있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개선하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지기가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늘 그 경계선상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위원장님께 자문 요청을 드리곤 했지요. 그간의 활동이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신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문화재 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문화재위원회는 직접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의 다양한 사업들을 자문하고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위원회는 국민과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나누고 국민들의 생각을 문화재청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입니다.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서 여러 해 동안 한국 건축과 관련한 자문과 심의를 진행해 왔는데요. 저는 문화재 위원회가 기계적 심의가 아닌 자문기구로서 위원회 운영이나 문화재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견들을 활발히 창출해 나가는 기구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어떠한 기준으로 심의와 자문을 진행하시는지요?

문화재 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유함과 진정성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문화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보호하는 것이 문화재 보호의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문화재 보호와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공익이고 어디까지가 사익인지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늘 고민스럽지요.

 

해묵은 문제지만 울산의 반구대[i] 보존도 울산 시민들의 식수 문제와 상치되고 있습니다. 현재 보존에 가장 좋은 방식은 댐을 없애는 것인데 댐을 없애면 울산의 식수원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울산 지역의 물 부족으로 댐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게 되면 반구대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말지요. 이렇듯이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계획하기에 민감한 사안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위원장이 되신 이후 이러한 사례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현재 강원도 원주에 있는 법천사지에 국보 제59호 지광국사탑이라는 고려시대의 3층 석탑 복원 사업의 심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탑은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조선총독부를 거쳐 다시 경복궁으로 옮겨졌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여러 번의 이동과 6.25를 거치며 탑에 손상이 생겼고, 최근 해체 보수를 진행했습니다. 보수된 지광국사탑을 다시금 법천사지로 잘 옮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인데요, 원 위치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돌도 수명이 있어서 기후의 변화나 습도 때문에 손상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는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으로서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일도 함께 진행하고 계신데요.

전통을 바라보는 시야가 보다 넓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사이 많은 예술가들이 전통이라는 틀에서 해방된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고 있고 그것이 바람직한 상황이지요. 예술가로서의 분명하고 확고한 정체성들이 모여서 전통이 되는 거니까요. 우리가 석굴암을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하지만, 한국 건축에서 석굴암은 굉장히 이질적입니다. 신라시대에는 석굴암이 전통 건축이 아니라 최신 기법의 현대 건축이라고 생각을 했겠죠. 이것이 전통의 실체라고 봅니다. 시대정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후대에 전통으로 남을 수 있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만의 문화가 일상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문화재위원장으로서,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으로서, 건축학 연구자로서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또 내일의 문화유산으로 일구어 나가고자 노력하는 분들께 전하실 말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문화라는 것은 지켜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요. 아름지기는 문화유산 지킴이(Cultural Keeper) 역할을 훌륭히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 땅의 문화 지킴이들이 특정 사업의 후원을 넘어서 스스로 문화인이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행복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정신적, 감정적 행복이고,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께 확대된다면 좋겠지요. 문화를 지키고, 전파하고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행복, 사회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김봉렬 Kim Bong-ryol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AA School에서 수학했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으로 후진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ICOMOS 한국위원회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한국 건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i] 울산 반구대 암각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어로문화를 담고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