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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아름지기가 만난 사람들-도예작가 이인진]

작성일시
2018-11-02
조회수
1128

 



도예작가 이인진과 마주 앉은 시간.

​그가 빚어낸 다기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어루만질 수 있었다.

몇 번이고 찻물을 우려내는 사이 그와의 대화도 말갛게 피어 올랐다.

 

 

 

아름지기 기획전 <가가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에 출품하신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 도자기에 깃든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작업하셨나요.
전통을 유지하기만 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은 것 같아요.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전통은 아니니까요. 현대적 감각과 맞아떨어지는 미감이 좋다고 판단하는 거지요. 다행스럽게 우리 도자기에는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을 정도의 우수함이 내재되어 있어요. 그것이야말로 전통이지요. 지금의 우리는 전통이다 아니다를 떠나 우리 도자기의 맥을 끌고 가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예에는 우리의 생활상 자체가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공예입니다. 선조들이 묵묵히 지켜온 것이 훨씬 더 빛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최근에서야 장인정신이 주목 받는 시대가 왔잖아요. 공예의 핵심은 노동에 있어요. 몇 십 년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부딪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것이 공예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 안에 흘러넘치는 정보들로 과연 전통과 공예에서 무엇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는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해요.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너무 매달려있는데, 그래서는 사라지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없어요. 시각적인 컨텐츠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클 수 있겠지만 ‘실제’는 그 안에 담겨있지 않으니까요.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너무 매달려있는데,

그래서는 사라지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없어요.

시각적인 컨텐츠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클 수 있겠지만

‘실제’는 그 안에 담겨있지 않으니까요.​"

한국적 미감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세대에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의 지도 방식은 그냥 지켜보는 거예요. 학생들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기 전에 머릿속에 담긴 것을 그저 만들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교과서가 만들어져요. 혹여 내가 작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본 듯하여도, 그들의 작업이 그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모든 일의 시작은 모방에서 시작되기도 하죠. 작업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연히 변화가 될 거예요. 그저 모방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도 있겠지요. 그때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거지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더 좋은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어야 하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발전적인 요소들이 나와야 합니다. 전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일을 계속 반복하고 연구해야 하잖아요.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이러한 창조적 활동 없이 행위만 반복하게 되면 지치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전통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공예 문화가 잘 발달한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일본이 가지는 공예에 대한 정서는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일본에서 공부하며 느낀 것은 공예와 함께하는 일상생활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도자기 그릇에 밥을 먹어요. 그것도 그냥 공장에서 찍어 나온 그릇이 아니라, 핸드메이드 그릇에 밥을 먹더라고요. 어려서부터의 교육이지요. 그래서인지 공예품을 다루는 방법부터 차이가 있어요. 일례로,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스승님 댁에 그릇을 선물로 드렸어요. 사모님께서 한국에서는 이 그릇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물으셔서 우리나라에선 두고 보는 장식품으로 사용한다고 했더니 당신 같으면 여기에 김치찌개를 끓여 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릇을 일상에서 늘 쓰는 물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흔들리지 않아요.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공예품을 제일 잘 쓰는 나라가 일본인 것 같아요. 구매하는 방법도 다르거든요. 맘에 드는 찻잔을 5개 정도 고른 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다시 하나를 고릅니다. 신중히 고른 그 하나를 오래도록 써보고 좋다는 걸 느끼지요. 그 과정을 통해 힐링을 느낀다고 할까요.
흙 작업은 알면 알수록 우리가 우수하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이나 미적인 감각이 지금 현대하고 너무 잘 맞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시대, 우리 문화에 맞는 무언인가를 창작해낸다는 것이 중요해요. 전통은 이미 우리의 안에 있어요. 언제든지 그 전통을 새로움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흔들리지 않아요.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40여 년 동안 도자기를 만드셨어요.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작가들은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작업에 적용시키곤 하지요. 요즘은 뼈를 이용해서 도자기를 굽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어요. 가마에 뼈를 함께 넣고 불을 떼면 뼈에서 염분이 나와서 발색이 달라집니다. 볏짚이나 조개를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흙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흙을 구성하는 재료가 풍부하고 다양해야 하기 때문에, 흙을 쌓아놓고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며 실험해 보는 것이지요.
동시에, 작가라면 비워야 하고 나눠야 해요. 좋은 흙을 만들거나 도자를 굽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면, 그 방법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하죠. 방법을 모두 알려준다고 해도 결과물은 모두 다르니까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 아니었어요. 교수가 된지 한 6개월쯤 되었을 때 흙을 만지는 짜릿한 손맛이 사라지더라고요. 교직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제게 흙 작업은 놓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닌 거예요.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기에 외부 활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작업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했죠. 절제된 일과를 유지한 것이 결과물에 자신감을 갖는 원천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후배 작가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지금 안성 작업장 자체가 힐링 센터예요. 가끔 ‘밥 먹자’ 하면 우르르 와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눠요. 작가들이 뚝심 있게 수십 년간 작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하고도 어려운 일이에요. 그들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게 선배 작가들의 역할입니다. 지치는 모습이 보이면 어디든 함께 떠나요. 올해 국내작가 열 명과 중국작가 네 명, 대만작가 여섯 명, 총 스무 명이 외국의 대학에 가서 한 달 동안 살면서 함께 작업을 했어요. 다른 환경과 재료로 작업을 하니 당연히 새로운 느낌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요. 도자기는 다른 여러 분야에 비해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함께하기 쉬운 것 같아요. 제가 볼 때 흙이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세계도자비엔날레 감독을 맡았을 때 저의 핵심은 젊은 작가들이었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변화를 반기지 않던 분들도 경험해보니 색다르고 좋다는 것을 느끼더라고요. 막 차오르는 젊은 작가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경험은 굉장히 기분 좋았어요.
저는 아름지기가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그 작품들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공예품을 쓰는 문화가 아니라 두고 보는 문화였어요. 컵 하나 그릇 하나, 소유하는 즐거움을 자주 느끼게 해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그릇에는 음식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누군가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확장되죠. 공예운동은 결국 관심을 갖게 하고 쓰게 하는 거예요. 

 

 

 

 

   

이인진_ 도예작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풀러턴 캠퍼스에서 수학하였으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 동대학원 도예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세인갤러리, 조은숙 갤러리, 중국의 POA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여름나기: 맛 멋 쉼 – 한식문화특별전>(서울, 2016) (서울, 2016) <코리아 나우! 한국현대공예전: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전>(파리, 2015) (미국, 2015) <도예의 이중적 성격: 8인의 한국 현대미술 작가>(미국, 2014) 외 다수의 전시에 참가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